미국 남부는 옥수수 주생산지이고 옥수수는 20세기 초 가난한 농민들의 주식이었다. "펠라그라(pellagra)"는 염증으로 피부염과 설사가 나타나고 치매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다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1907~1940년 사망자는 10만 명으로 추산됐다. 미국 공중보건의 조지프 골드버거 박사는 농업지역, 요양병원, 보육원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을 보고 전염병이라 여겼다. 그러나 정치인, 자본가, 의사, 교사의 발병 수준이 낮은 점을 발견하고 마침내 펠라그라의 원인이 "비타민 B3(니아신)" 결핍임을 밝혀냈다. 부유층보다 고기, 우유, 채소를 섭취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서민들은 B3 흡수율이 낮은 옥수수를 주로 섭취했기 때문에 이렇게 끔찍한 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원인을 밝히면 해결될 것 같던 펠라그라의 장막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당시 정치인들은 '민생을 돌보지 못해 생긴 결과'라는 뭇매를 맞기 싫어 펠라그라 원인 규명을 꺼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기와 같은 비싼 식료품을 보급하기도 어려웠다. 질병보다도 무서운 인재였다.